직구 계산기를 직접 만든 이유 — 배대지 30곳 비교가 너무 귀찮아서
해외직구, 한 번쯤 해보셨죠. 아마존 장바구니에 10만 원짜리 위스키를 담고 결제 직전까지 갔다가, 배송비랑 관세를 더해보니 24만 원이 찍혀서 슬그머니 창을 닫은 적. 저는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분명 해외 가격은 쌌는데, 끝까지 계산해보면 그냥 백화점에서 사는 게 나았거든요.
문제는 그 “끝까지 계산”이 너무 번거롭다는 거였어요. 배송비 따로, 관세 따로, 배대지 요금 따로. 계산기 두드리다 지쳐서 직구 자체를 접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결심했어요. 이걸 자동으로 해주는 걸 만들자. 그렇게 시작한 게 짐스캐너입니다. 이 글은 그 서비스를 왜 만들기로 했는지, 그 출발점 이야기예요.
직구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배대지’였습니다
직구를 해보면 꼭 만나는 단어가 하나 있어요. 배대지. 배송대행지의 줄임말인데, 처음 듣는 분을 위해 풀면 이렇습니다.
배대지는 해외에 있는, 내 물건을 대신 받아서 한국으로 부쳐주는 창고예요. 미국이나 일본 쇼핑몰이 한국까지 직접 안 보내주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그래서 현지에 있는 이 창고 주소로 일단 물건을 받고, 거기서 한국까지 다시 부치는 식이죠.
여기서 첫 번째 벽이 옵니다. 이 배대지가 한두 곳이 아니에요. 미국·일본·중국에 걸쳐 수십 곳이고, 요금이 다 달라요. 게다가 비교하기가 생각보다 고약합니다. 어떤 곳은 요금표를 깔끔한 표로 올려두는데, 어떤 곳은 PDF로만 주고, 또 어떤 곳은 회원가입하고 견적을 문의해야 겨우 숫자를 보여줘요. 단위도 제각각이라, 실제 무게로 받는 곳이 있고 부피로 환산해 받는 곳이 있습니다. 검수나 합배송 같은 옵션은 또 따로 돈을 받고요.
저도 처음엔 엑셀을 켜고 배대지별 요금을 정리해보려 했어요. 그런데 칸을 채우다 보니 기준이 자꾸 어긋나서, 결국 반쯤 채우다 그만뒀습니다. 제일 싼 곳 하나 찾자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쉽게 말하면, 직구판 가격비교 사이트
복잡하게 들리면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배대지는 해외에 둔 내 사물함입니다. 미국 사물함, 일본 사물함, 중국 사물함이 있고, 사물함마다 한국까지 부쳐주는 값이 다 달라요.
그럼 그 값들을 한 줄로 세워서 “지금 이 물건은 여기가 제일 싸요”라고 짚어주는 게 있으면 편하겠죠. 전자제품 살 때 다나와에서 최저가 훑는 것처럼요. 짐스캐너가 하려던 게 딱 그거였습니다. 말하자면 직구판 다나와.
이름도 거기서 나왔어요. 해외에서 오는 내 ‘짐’을, 배송비부터 세금까지 한 번에 ‘스캔’하듯 훑어준다는 뜻으로 짐스캐너라고 붙였습니다. 거창한 작명은 아니지만, 하는 일이 단어 하나에 담겨서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도구 이름은 결국 ‘이게 나한테 뭘 해주는지’가 바로 떠올라야 한다고 보거든요.
배송비만 비교하면 반쪽이에요
만들다 보니 금방 깨달았어요. 배송비만 비교해주는 건 반쪽짜리라는 걸요. 아까 위스키 기억나시죠. 발목을 잡은 건 배송비가 아니라 관세와 부가세, 그리고 면세한도였습니다.
이게 좀 까다로운데 천천히 풀게요. 우선 면세한도. 미국에서 특송으로 받으면 200달러까지는 세금이 없어요. 그런데 같은 미국이라도 우편으로 받거나, 품목이 영양제·식품이면 한도가 150달러로 내려갑니다. 일본이나 중국은 아예 150달러 기준이고요. 이 선을 넘는 순간부터 관세가 붙어요.
세율도 품목마다 달라요. 의류는 13%, 화장품은 8% 하는 식이고, 여기에 부가세 10%가 또 얹힙니다. 그래서 “해외가 5만 원 싸다”고 신나서 담았다가, 통관할 때 세금으로 그 차익이 그대로 날아가는 일이 흔해요. 10만 원짜리가 24만 원이 된다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거죠.
그래서 짐스캐너는 배송비뿐 아니라 관세·부가세·면세한도까지 한 번에 계산하게 만들었어요. 카테고리만 고르면 30초 안에, 가입도 없이 결과가 나오도록요. 직구는 또 타이밍 싸움이라, 환율이 오르내리는 흐름이랑 해외 쇼핑몰 세일 일정도 같은 화면에 넣었습니다.
세일 일정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직구는 평소에 사면 손해여도, 프라임데이나 광군절,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큰 세일에 맞추면 이야기가 확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지금 살까, 다음 세일까지 기다릴까”를 같이 가늠해보라고 주요 쇼핑몰의 세일 캘린더를 넣었습니다. 환율도 그래요. 100엔에 945원일 때랑 1,000원일 때는 직구 메리트가 꽤 차이 나니까, 최근 흐름을 작은 그래프로 함께 띄웠어요. 거기에 통관·면세·환불 대응처럼 계산만으로는 안 풀리는 맥락 지식은 직구 가이드 글로 매주 한 편씩 따로 쌓고 있습니다.

가짜 1위를 만들지 않으려고
서비스를 짜면서 스스로 정한 규칙이 두 개 있었어요. 첫째, 순위는 가격과 조건만으로 매긴다. 광고비를 많이 낸 배대지를 위로 올려주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그 순간 이 도구는 믿을 게 못 되니까요. 1위가 진짜 1위여야 봐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후기는 자체 게시판 걸 쓰지 않는다. 배대지마다 자기네 사이트에 후기가 달려 있긴 한데, 자기 게시판에 나쁜 후기를 그대로 두는 곳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서 그건 빼고, 외부 블로그랑 커뮤니티에 흩어진 실사용 후기만 모아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셋째, 직구가 손해면 손해라고 말한다. 직구 소개하는 사이트가 “이건 그냥 국내에서 사세요”라고 하면 손해처럼 보이죠. 그런데 저는 그게 더 오래 가는 길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추천 상품에도 “국내 미판매라 직구가 유일한 길”, “국내가랑 비슷”, “직구가 확실히 이득”을 솔직하게 라벨로 붙였습니다. 무조건 사라고 떠미는 대신, 계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말하는 거죠. 당장은 손해 같아도, 한 번 믿을 만하다고 느낀 사람은 다음에도 옵니다.
기술적으로 제일 골치 아팠던 건 무게였어요. 관세를 계산하려면 물건이 몇 그램인지 알아야 하는데, 사려는 사람이 그걸 미리 알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비슷한 물건들의 실제 통관 무게를 모아 카테고리별로 평균을 잡고, 사용자가 카테고리만 골라도 대략의 무게가 자동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무게가 빗나가면 관세 계산이 통째로 어긋나버리니까, 사실 제일 공을 들인 부분이기도 해요. 이 추정을 그럴듯하게 다듬느라 며칠을 헤맸는데, 그 삽질은 다음 실행편에서 따로 풀어볼게요.
만들고 나서 제일 많이 쓰는 사람은 저였습니다
짐스캐너는 2026년 3월에 노트북 하나로 띄운 1인 서비스예요. 공동창업자도 사무실도 없이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트래픽이나 수익 같은 숫자는 아직 내세울 단계가 아니라서, 그 이야기는 데이터가 더 쌓이면 결과편에서 가감 없이 공개할게요.
그래도 이건 확실해요. 만들고 나서 직구할 때 제가 제일 많이 씁니다. 지난주에도 사려던 운동화를 넣어봤더니 “국내가 비슷”이라고 떠서, 직구를 접고 그냥 국내에서 샀어요. 예전 같으면 배대지 요금표를 뒤지다 시간만 버렸을 텐데, 이제는 카테고리 하나 누르고 몇 초면 답이 나오거든요. 내가 막히던 자리를 풀었더니, 같은 데서 헤매던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이런 도구는 직구 고수보다, “직구 한번 해볼까” 하고 머뭇거리는 분께 더 쓸모 있다고 생각해요. 고수들은 이미 자기만의 단골 배대지랑 계산 노하우가 있지만, 입문자는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조차 모르니까요. 회원가입도 없이 카테고리만 누르면 답이 나오게 한 건 그래서예요. 직구가 어렵게 느껴지는 그 첫 문턱을 최대한 낮추고 싶었습니다.
그게 이번 빌드로그에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점이에요. 시장조사로 찾아낸 아이템이 아니라, 내가 매번 짜증 내던 그 지점이 그대로 출발점이 됐다는 것. 덕분에 뭘 만들지 헤매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다음 편: 30곳 요금을 같은 조건으로 맞추기
이번 글은 “왜 만들었나”까지였어요. 다음 실행편에서는 그 골치 아팠던 무게 추정이나, 형식도 단위도 제각각인 30곳 요금을 같은 조건으로 맞춰 비교한 과정을, 막혔던 부분까지 풀어보겠습니다.
참, 지금까지가 직구로 ‘사는 쪽’ 이야기였다면, 반대로 ‘파는 쪽’을 자동화한 기록도 있어요. 쿠팡 판매를 어디까지 자동화했는지 정리한 쿠팡 판매 자동화 전체 그림 글도 같이 보시면, 제가 이 둘을 왜 한 묶음으로 보는지 감이 오실 거예요.